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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재화 작가의 말글레터 141호에 실린 글인데 유익하여 여기 올립니다. 스티브생각.

“오늘 아침 나는 남편이자 최고의 친구를 잃었고, 세계는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와 아름다운 사람 하나를 잃었다. 진심으로 가슴이 찢어진다.
로빈 윌리엄스의 가족을 대표해 깊은 슬픔의 시간 동안 사생활을 보호해 줄 것을 요청 드린다. 그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그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주었던 웃음과 즐거움을 조명해주시길 바란다.”

제가 최고로 좋아하는 배우로 여기고 있고, 아마 다른 많은 사람들도 무척 친근감과 정감을 느낄 ‘로빈 윌리엄스’가 어제 아침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위의 메시지는 그의 아내 수잔 슈나이더가 밝힌 심경으로 공식 성명이기도 합니다.

로비 윌리엄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함께 알려진 것은 그가 그동안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좀 의아한 생각이 들지 않으신지요?
그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코미디 연기자로 우리에게 아주 고급스럽고 멋진 웃음을 선사해주었습니다. 그를 떠올리면 서민 친화적인 얼굴로 환하게 웃는 모습이 바로 그려집니다.
늘 명랑쾌활하게 살 것 같은 희극배우가 우울해하고 극단적으로 자살까지 한다는 게 쉽게 믿어지는가 말입니다.

그러나 제 이야기도 좀 해볼까요? 코미디작가로 평생을 살고 있는 저는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빈소 앞에서 남을 웃기는 이야기를 써야 했습니다.

우습고 유쾌한 상황을 머리에 떠올리면 그게 얼굴에 ‘아무 걱정 없는 사람의 미소’로 지어지기 마련인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제가 슬픔 같은 건 초월했다고 생각했는지, 물론 격의는 없지만 농담을 가리지 않고 마구 하더군요.
그러나 겉으로 웃는 사람들 또는 남을 웃겨야 하는 사람들이 속마음까지 늘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재미있게 해줘야 한다는 중압감은 정작 당사자의 마음을 괴롭고 우울하게 만듭니다.

한 사내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했습니다. “기분이 착 가라앉기만 합니다. 너무 우울합니다.”
의사는 “몰리나르의 희극을 보고 한바탕 마구 웃으시면 해결이 될 겁니다.”라는 처방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환자의 대답에 의사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바로 몰리나르인데요!”
이탈리아의 유명 희극배우 몰리나르의 특별한 실화이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을 두고 “윌리엄스는 코미디 부분의 반짝이는 폭풍이었다. 우리 웃음은 그를 지탱한 번개였다. 그의 죽음을 믿을 수가 없다”고 밝히며 무한한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저도 윌리엄스가 60대 초반에 숨지고 말았으니 그의 품격 높은 코미디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곧바로 사람들이 두고두고 기억할 그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이 대사가 다시 머리를 치고 심장의 박동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또 하나 제가 정작 좋아하는 대사는 이것입니다.
“Carpe Diem. Seize the day,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매 순간을 소중하게 살아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죠.
카르페 디엠을 ‘현재를 즐겨라!’고 번역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저는 라틴어인 ‘카르페 디엠’을 술자리 건배사로도 애용하고 있습니다.
또 한 번 외쳐보죠. “카르페 디엠!!”